통권 제2호) 들어가며
창간선언문
물까치는 참새목 까마귀과 물까치속의 조류다.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교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질박하고 친숙한 새다. 교조로 지정은 되어 있으나 실제로 볼 수는 없는 두루미의 고고한 권위성과는 대별된다.
물까치는 수십 마리가 무리를 지어 공동육아를 하는 연대의식을 아는 새이며, 둥지를 위협하는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덤비는 투쟁성 있는 새이다.
물까치의 푸른색, 흰색, 검은색 깃털은 현장직 노동자(블루칼라), 사무직 노동자(화이트칼라), 그리고 학생(학위복)들의 노학연대 총연대 총단결을 상징한다.
우리는 “세속의 이해관계로부터 초연”하게 높이 나는 두루미가 아니라, 시끄럽게 울며 낮게 나는 물까치가 될 것이다.
바로잡습니다
『물까치』 2025년 여름호 (창간호) 초판
5쪽: 비서공은 2018년 3월 출범했으므로 2025년 조직으로서 7년차가 아니라 8년차를 맞았습니다.
86쪽: 서울대 101동 아시아연구소 아트리움은 지상 1층부터 6층까지가 아니라 지상 3층부터 6층까지 뚫려 있습니다.
003비서공 회칙 1장 2조
비서공은 서울대학교 노동자들의 차별적 고용구조와 노동조건을 개선함으로써 노동자와 학생을 비롯한 모든 학교 구성원이 이윤논리를 넘어 존엄한 권리를 보장받는 서울대를 만들고, 궁극적으로 차별 없는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하는 노동자-학생 연대단체이다. 서울대학교 노동자들의 권리를 증진하고 노동자와 학생 권익을 공동성장시키며 노동을 바라보는 사회 전반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비서공은 다음과 같은 사업을 전개한다.
비서공 회칙 6장 15조
비서공은 다음 조건이 모두 충족되었을 때에 한하여 해산된다. ▲서울대학교의 모든 상시적 노동자들의 고용형태에 법인직과 자체직의 차등이 사라지고 총장발령 정규직으로 일원화될 때 ▲서울대학교의 모든 상시적 노동자들이 임금과 복지 등 모든 방면에서 차별을 받지 않고 평등해질 때 ▲서울대학교에 위험한 노동환경이 남지 않고 교정의 모든 곳이 안전한 일자리가 되었을 때
005들어가며
우리 『물까치』가 창간호만 내고 폐간되는 최악의 결말을 피하고 통권 제2호를 내놓게 되었습니다. 이게 생존했다는 놀라움과 더불어 다시 만났음을 기뻐하는 마음으로, 제2호의 표제어는 ‘재회(再會, reunion)’입니다. 창간호에서도 그랬듯이 이 표제어는 사전에 미리 선정된 것이 아니고, 원고가 모인 뒤 원고들의 공통분모를 찾아 최종 편집 단계에서 정해졌습니다
재회, 즉 다시 만난다는 것에는 다양한 의미가 있습니다. 그것은 10년 동안 못 봤던 누군가를 다시 만나는 물리적 재회일 수도 있고, 굳이 사람이 아니더라도 어떤 물건이나 기억을 다시 보면서 의미를 새로이 하는 인식적 재회일 수도 있습니다. 과거의 자신을 재방문하며 그때와 달라진 현재의 자신을 확인하고 과거의 자신과 조화시키는 실존적 재회도 있을 것입니다. 이 재회들은 어느 하나만일 수 없고 동시에 여러 성격을 갖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재회’는 과거의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가 겹치며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찾게 되는, 그리고 이로써 현재를 더욱 변화시키고 미래의 길을 비추게 되는 질적 과정입니다.
따지자면 과거를 회상하는 모든 행위가 일종의 재회일 것입니다. 벌써 1년이 훌쩍 지나가는 윤석열 퇴진광장에서 가장 많이 들린 노래가 〈다시 만난 세계〉이기도 하였지요. 창간호에 실린 세 편의 회고록도 대저 그런 성격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다만 창간호의 회고록들이 특정한 시기(2019년, 2021년, 코로나 시기)의 무거운 경험들을 필진 개인이 내면으로 회상006하며 풀어낸 글들이었다면, 이번 호에 실린 기사들은 다양한 형태의 재회’들’을 통해 보다 입체적인 면모들을 보여드린다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그 재회들은 때로 시간과 공간을 넘기도 하고, 구체와 관념을 넘기도 합니다.
가장 앞에 실린 이재현 전 학생대표의 기사는 2026년 2월 6일 ‘체제전환운동포럼’에서 발표한 발제문을 정리해서 다시 실은 글입니다. 노동자들과 함께 꾸려가는 학내 사업을 통해서 그동안 일상적으로 지나쳐온 교정을 평등한 관계의 현장으로 낯설지만 보람차게 재회하는 경험을 통해 오늘날의 대학 환경에서 노학연대는 무엇이고 학생운동은 무엇일 수 있는지 제언하고자 하는 시론입니다.
다음 기사로는 이준협 활동회원이 아르바이트 노동 경험을 토대로 수기를 썼습니다. 노동운동의 처음이자 끝은 단결권 행사입니다. 함께 일하는 노동자들이 힘을 합쳐 고용주와 대등한 협상력을 획득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요즘 노동현장의 파편화가 심해지며 고립된 비대면 환경에서 동료 없이 혼자 일하는 노동자가 많아졌습니다. 이런 환경의 노동자들은 누구와 어떻게 단결해야 할지, 짧지만 쉽지 않은 고민을 함께 나누어 보면 좋겠습니다.
진제헌 활동회원의 기사는 어린 시절 즐겼던 게임의 내용과 구조를 청년 노동 문제와 자본의 자기증식, 그리고 위험한 사회변혁의 비전으로 추앙받는 기술자본가들과 같은 시대적 현안들에 접목하여 사회학적으로 분석한 비평입니다. 자신이 이 게임을 좋아했던 이유가 무엇일지 돌아보며 그것이 현재에 가질 수 있는 의미를 설명해 보려는 독특한 시도입니다.
이일휘 활동회원의 기사는 지난 2024년 12월 21일,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봉준 투쟁단의 트랙터 행렬이 서울 입구 남태령에서 경찰에 가로막혔던 남태령 대치 상황에 비서공 집행부원 4인 등 서울대 구성007원들이 결합했던 경험에 대한 회고록입니다. 광장에서 역설적으로 느낀 민주주의의 한계와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모색 속에서 재규정되는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그 극복의 귀결로서의 ‘재회’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좀 늦은 남태령 1주년 글이지만, 2차 남태령 대치가 3월 25일이었으니 오차범위 내에서 남태령 1주년 기념이라고 너그러이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보리 연대회원의 글은 이제 교정을 떠나 노동자가 된 현재의 자신과 과거의 자신의 재회를 다루고 있습니다. 여기서 과거의 자신이란 ‘노동자와 연대하는 학생’이며, 그래서 동시에 현재 비서공에서 집행부원으로 활동하는 후배 학생들과의 재회이기도 할 것입니다. 학생과 노동자의 신분의 차이에 의해 발생하게 되는 ‘연대’의 의미와 무게의 차이를 인식하고, 노동자 입장에서의 학생과의 연대가 왜 어려운지를 이해하며, 그 연대가 어렵기에 더욱 가치있고 감사한 일이라고 깨닫기에 이르는, 진솔하고도 감동적인 글입니다.
마지막으로는 이은세 전 학생대표가 민주노총 소속 노동변호사로 활동하고 계시는 이예인, 최인영 두 분 전 집행위원장과 진행한 기획좌담을 수록했습니다. 이 좌담은 당연히 선후배 간의 물리적 재회이기도 하지만, 비서공이라는 단체의 조직적 기억과의 재회이기도 합니다. 코로나바이러스 유행 전후로 학생사회의 지형이 크게 바뀌면서 비서공의 조직형태와 활동형태 역시 그 전후로 격변했습니다. 결코 짧지 않은 분량이지만, 비서공의 초창기 역사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조직 재생산 및 리더로서의 책임감에 대한 고민까지, 후배 활동가들에게 귀중한 자양분이 될 내용으로 가득한 밀도 높은 좌담입니다. 활동가로서 성실할수록 오히려 자책으로 귀결되는 구조적인 척박함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갈피를 잡아야 할지, 이 좌담이 하나의 이정표가 되어줄 수 있을 것입니다.
008필진들의 노고와 편집부의 수고로 완성된 두 번째 『물까치』의 날갯짓이 앞으로 또 한 학기 동안 비서공 회원 여러분께 유의미한 영감을 드릴 수 있기를, 또한 회원이 아니더라도 이 글을 읽으실 여러분의 마음에 가닿아 『물까치』로 비서공을 처음 만난 여러분이 언젠가 비서공과 재회하는 때를 만들게 되기를 바랍니다.
2026년 3월 31일
편집부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