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권 제2호) 뒤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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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풀이

『물까치』에 기고해 주신 필진 여러분의 소회를 모아봅니다!

🪶 이준협

노학연대 투쟁 사이에 제 작은 경험도 조용히 놓아둘 수 있어 기쁩니다. 거창한 구호보다도 서로의 삶의 경험을 들여다보는 일이 먼저일지 모릅니다. 독서실에서 일하는 주말 밤의 감각을 따라가는 글입니다. 혼자 일하는 노동의 고독, 순찰과 화면을 오가는 일의 방식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다른 ‘일하는 사람들’과 무엇으로 어디에서 어떻게 연대할 수 있을지, 비서공에서 함께하며 상상한 바를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 진제헌

노동에 관련된 글을 쓰는 건 처음인 것 같습니다. 포켓몬에 관련된 글을 쓰는 것도 소설이 아니라면 처음인 것 같습니다. 마르크스경제학은 앞으로 꼭 제대로 공부하도록 하겠습니다. 자본에 대한 글을 쓰는 것도 처음이네요.
《포켓몬스터 하트골드·소울실버》의 백화점 지하에는 근육몬을 부리는 인부들이 나옵니다. 《블랙·화이트》에는 콘크리트 기둥을 들고 다니는 노보청이라는 포켓몬이 나오고요. 그 정도의 소박한 일대일 대응은 피하자는 생각으로 썼는데, 글이 어떻게 나왔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재밌게 읽어주셨다면 감사하고, 아니라면 정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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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리(가명)

후기를 써달래서 공백포함 약 2100자를 썼는데, 쓰고 나서 보니까 글자수 500자 이하 제한이 있더라고요. 아니 뭐 이런……. 그래서 그 글은 본문에 덧붙이게 되었고, 처음부터 새로 쓰자니 뭘 쓰지요?
편집자의 덕목이란 끈질김이라는 걸 배웠습니다. 진짜 못 쓰겠다고 드러누워도 써달래요. 제 글을 보셨으면 아시겠지만, 어디 글 써 본 적이 있는 사람처럼 보이나요? 내가 보고서는 잘 써요. 논문도 써 봤어. 근데 에세이 형식? 진짜로? 근데 하도 써 달라 해서 결국 썼습니다. 심지어 나한테 내가 속아서 두 개나 써 버렸네요.
돈도 안 받고 쓰기 싫어서 야근하면서 수당 받으며 썼습니다. 간사는 저에게 잘해야 합니다. 술 내놔.

🪶 이재현

손아람의 장편소설 “디 마이너스”를 종종 생각합니다. IMF 이후 서울대를 배경으로 ‘학생운동’을 경험하고 또 흩어져 간 한 세대의 (약간은 멜랑콜리한) 기억을 담은 이야기죠. 책 속의 많은 공간이 오늘날 서울대의 구석들과 약간은 낯설게 겹쳐 보이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같은 해에 입학한 한 친구는 ‘학생운동’을 하고 싶어서 ‘예습’으로 읽었다며 “디 마이너스”를 권했습니다. 그땐 좀 웃기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투쟁에 대한 낭만적 환상보다 끊임없이 새롭게 반복될 난관들에 대한 약간은 우울한 ‘예습’도 나쁘지 않다 싶습니다.
새해와 새봄에 한 선배와 한 후배의 장례로 많이 힘들었습니다. 장례식에서 마주한 혹은 마주하지 못한 많은 얼굴들을 생각합니다. 버들골도, 해방터도, 자하연도, 대학본부의 차가운 유리도, 대중의 발이 밟은 길과 잔디도 여전히 그대로인데. 소설 서두에 놓인 손아람의 헌정사처럼, “너희가 만들고자 꿈꿨던 세상에서 살게 되기를”, 그러나 그들을 잊지 말고 살아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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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일휘

이번 호에 실은 기사가 남태령 이야기였으니 후기에서도 남태령 이야기를 해 볼까요.
1차 트랙터 행진이 있고서 해가 바뀌어 3월 25일 2차 남태령 대치 때였습니다. 점심때 무렵부터 남태령에 가 있다가, 저녁 아르바이트를 위해 다른 회원들과 교대하고 관악으로 돌아왔습니다.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자정이 넘어서까지 대치가 계속된다는 소식에, 현장에 나가 있는 분들이 걱정되어 택시를 타고 남태령으로 다시 향했습니다. 택시를 잡은 재현 동지와 합류하기 위해 학교로 걸어가는데, 사정상 관악에 남은 은세 동지에게서 “고생이 너무 많으시다”라고 연락이 왔습니다. 제가 “해야 할 일 하는 거죠 뭐”라고 답하자 “그렇다고 고생이 아닌건 아니잖아요!!” 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원래 이 바닥 일이라는 게 고생이 아닌 게 하나도 없지만, 신기하게도 고생인 것을 알아주는 동지가 있는 순간부터 더 이상 고생이 아니게 되지요. 비서공이 앞으로도 서로의 고생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고 서로에게 고마워하며 이어지는 공동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공허한 공치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동지들의 고생을 실제로 알아보는 관심과 노력이 또한 필요할 것입니다.

🪶 이예인

각자의 자리에서 나름의 고충과 희망을 품고 나아가고 있는 얘기를 들을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계속 그렇게 킵고잉!! 하면 어떻게든 되겠죠!! 우리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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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인영

뜻깊은 자리에 초대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비서공과 함께했던 저의 2020년은, 연대·공동체·노동운동의 가치를 좀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던 한 해였어요. 운동은 혼자가 아닐 때 힘을 얻고, 혼자가 아니기에 더 치열하게 토론하고 서로를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 경험을 계속해서 만들어가는 동지들이 있다는 것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끼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지치지 않고 계속 학내외에서 목소리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 길에 저도 힘이 닿는 데까지 함께해볼 생각이에요. 비서공에서의 경험과 고민, 작고 큰 이야기를 나누어준 예인·은세님에게 고맙습니다. 이 이야기를 정성들여 엮어주신 간사님께도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 이은세

가겠다고 마음먹어서 온 로스쿨이지만, 때로 이곳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지치고 무뎌져가던 와중에 만난 이 대담은 오랜만에 숨을 고르게 해 준 시간이었습니다. 앞서 이 공간들(비서공, 로스쿨)을 거쳐간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또 저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면서, 방황하던 발걸음을 조금은 다잡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내가 무엇을 하고 싶어서 이곳에 왔는지, 그리고 이곳을 지나 어디로 가고 싶은지 돌아보게 되었어요.
모든 시대에는 그 시대의 고충이 있다고 하지요. 학생사회도 노학연대 활동도 예외는 아닐 겁니다. 길지 않은 좌담이었지만, 지금의 고충을 헤쳐나가는 분들께 이 기록이 약간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어느 때 어딘가에서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 척박한 환경과 부딪히기를 멈추지 않는 모두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