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까치』 №03 §142 「편집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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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후기

간사 | 이일휘

옥고를 제출해 주신 필진 제위 그리고 뜻깊은 말씀 나누어 주신 송혜련 선생님께 감사의 인사부터 올립니다.

올해 봄여름학기는 우울한 소식들이 꽤 들려온 학기였습니다. 서울대학교 마지막 노래패인 사범대 ‘길’이 폐부하였고, 장애인권언론 『디스에이블』도 11년만에 무기한 휴간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모든 ‘있던 것’은 늘 없어지고 나서야 그 ‘있었음’이 실감되기 마련입니다.

비서공의 역사를 소개한 2025년 3월 새맞이 세미나 때 발표 슬라이드에 가장 뻔질나게 나오는 네 사람을 누가 소설 『퇴마록』에 빗대서 ‘비서공 사대객’이라고 했었는데요. 어쩌다 보니 그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제가 가장 마지막까지 남게 되어 겸연쩍습니다. 나머지 세 사람에게 제가 늘 미안함이 많습니다. 지금 로스쿨에서 시들어가고 있는 은세 동지는 그 거대한 책임감의 크기와 무게를 미처 잘 헤아려주지 못했던 것이 미안하고, 채린 동지는 힘들 때 힘든 줄을 제때 알아봐 주지 못했던 것이 미안합니다. 재현 동지에게는 제가 비서공 일을 항상 제대로 하지 못해서 미안했는데, 재현 동지도 저한테 잘못한 게 많아서 그에게는 사과하지 않고 그냥 퉁치도록 하겠습니다.

재현 동지의 졸업으로 인한 공백은 클 것입니다. 실무적인 공백은 너무 당연해서 말할 필요도 없고, 누적된 과거의 경험들을 기억하는 마지막 사람이 이제 없어진다는 것은 여러가지 의미에서 무겁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과장 좀 보태 말하면 한 시대의 끝이지요. 다가오는 가을학기에 외국을 다녀온 뒤 석사 졸업을 준비하실 채린 동지의 빈 자리도 클 것입니다. 저는 부족해서 선배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하니, 세 사람이 모두 없는 비서공에서 이제 후배 여러분이 누구에게 무엇을 배워야 할지 큰 걱정이 앞섭니다.

그럼에도 훌륭한 선배들이 이 조직에 그리고 여러분의 기억에 직간접적으로 유무형으로 남긴 것이 있어서 그들의 이야기가 여러분의 일부가 되었다면, 여러분 또한 그 이야기를 이어받은 훌륭한 선배가 되어 여러분의 후배에게 다시 물려줄 수 있음을 믿습니다. 나의 동지들은 그만큼 훌륭하고 대단한, 여러분의 멋진 선배들이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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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판・디자인 | 김민재

계획이란 아무 소용없어
무슨 계획을 세워도
확실한 것은 오직 한 가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아
- 뮤지컬 〈엘리자벳〉 중

후기를 세 번째 쓰자니 거창한 말이 바닥났어요. 잡담 몇 마디 하겠습니다.

어릴 적부터 한국어를 아름답고 바르게 쓰는 것에 집착했는데, 머리가 좀 커지고서는 글줄을 엮어서 내다 팔고 남의 글을 다듬어 주는 일로 용돈벌이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글이란 쓸수록 어렵네요. 글감을 정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써내고 그걸 또 세상에 내놓기로 마음먹는 것은 여간한 일이 아니니까요. 그뿐인가요? 쓰면서는 아무리 내가 참 잘 썼다 싶던 글이라도, 남에게 읽히고 보면 모자라고 부끄럽기 일쑤입니다.

그러니까 무슨 글이든 쓰려고 뛰어드는 분들을 응원합니다.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는 시대에 산다는 것은 기쁜 일입니다. 저는 글을 쓰고 또 좋은 글을 읽는 걸 좋아하니까 모쪼록 많은 사람이 이 즐거움을 알았으면 합니다.

요즘은 기술의 도움을 받아 뚝딱뚝딱 쉽게 쓸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런 글은 도리어 포장만 번지르르하거나 읽기 까다롭게 빙빙 꼬아 놓은 것이 많아서 저는 아니꼽게 생각합니다. 투박하더라도 사람 냄새 나는 글, 뽐내려 들지 않고 옳은 체하지 않는 글이 좋더라고요.

그런 글의 가치를 아는 분이 많아지기를. 읽어 주는 이가 있어야지 의미가 있는 것이니까요.

『물까치』를 읽어 주시는 독자 여러분께도 늘 고맙습니다.